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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더 깊이 빠지는 순간

글. 편집실

모니터 너머로 쏟아지는 하얀 빛. 타다닥, 경쾌하게 울리는 키보드 소리가 어느 순간 귓가에서 서서히 멀어진다. 시간은 분명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을 텐데 눈앞의 세계만 다른 시간 축을 달리는 기분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기분 좋은 탄성과 함께 뻐근한 목을 뒤로 젖히는 순간. 무언가에 온전히 빠져들었던 몰입의 찰나다.

몰입은 거창하지 않다.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업무 속 아주 작은 호기심이나 균열에서 출발한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데이터 사이에서 반짝이는 규칙을 발견할 때, 혹은 며칠을 고민하던 기획안의 첫 줄이 술술 풀려나갈 때가 그렇다.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를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해 나가는 감각은 묘한 쾌감을 준다. 해야만 하는 지루한 노동이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흥미진진한 게임으로 판이 뒤바뀌는 현상이다. 마음속에서 잔잔한 흥미가 피어오르는 바로 그 순간, 일은 비로소 즐거운 유희가 된다.

이러한 몰입의 즐거움은 일터 밖의 일상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퇴근 후 가로등을 따라 숨을 고르며 러닝 패드 위를 달릴 때나, 주말의 아늑한 공간에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려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서툴게 만지던 악기에서 마침내 단정한 선율이 흘러나오는 순간처럼 오직 눈앞의 행위와 손끝의 감각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과정은 언제나 신선하다. 배움과 경험에 온전히 나를 던지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활력이 샘솟는다. 이러한 몰입의 나이테가 차곡차곡 쌓여, 언젠간 나만의 단단한 전문성으로 완성된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든다는 것은 지친 일상에 새콤한 비타민을 주는 것과 같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복잡한 생각들이 싹 사라지고 오직 눈앞의 일에만 똑바로 집중하게 되는 시간. 풀리지 않던 업무를 시원하게 해결하거나 땀을 흘린 뒤에 찾아오는 뿌듯함은 매일 똑같던 하루를 다시 신나게 움직이게 만드는 기분 좋은 힘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그리고 나를 키워주는 일에 마음을 다해 푹 빠져들 때 우리는 가장 생기있게 빛난다.

초록빛 잎사귀가 한층 더 짙어지는 여름의 문턱에서,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저마다 마주하고 있는 하루의 열기도 조금씩 다를 것이다. 눈앞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멋지게 나아가는 우리의 하루하루가 언제나 특별한 재미와 기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차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