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누군가는 거절 앞에서 망설이고, 누군가는 말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오래 고민하죠. 이번 KPS 상담소에서는 그런 순간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나를 위축시키는 감정의 이유를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기준과 표현 방식을 하나씩 찾아가는 시간. 정답보다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해보는 데에 의미를 두는 건 어떨까요?
글. 백선영 마음톡연구소 대표
마음톡연구소 백선영 대표 소개
<저서> 우리는 왜 말이 통하지 않을까(천그루숲, 2026), 문제는 당신이 아닙니다,
나르시시스트 심리학(문예춘추사, 2025),
관계를 바꾸는 심리학 수업(천그루숲, 2023)
A
업무에서 피드백은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이 피드백을 받는 순간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이런 반응은 개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몇 가지를 기억하면 피드백을 성장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첫째, ‘나’와 ‘일’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피드백 앞에서 위축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에 대한 조정을 개인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서는 데이터 보완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을 “당신은 능력이 부족합니다”로 해석한다면 피드백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피드백은
개인의
가치나 능력을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 일에 대한 보완점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둘째,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피드백을 들을 때 서운함이나 당혹감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서운함은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지만, 이 생각이 커지면 ‘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감정은
더욱 증폭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숨’과 ‘멈춤’입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 먼저 천천히 호흡하고, 잠시 멈춰 “이 피드백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라고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 작은 습관이 생각을 유연하게 하고, 피드백을 보다 열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셋째, 피드백을 ‘성장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조직에서의 피드백은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성과를 위한 방향 제시입니다. 특히 구체적인 피드백일수록 개선의 기준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성장을 훨씬 빠르게 만들어 줍니다. 피드백이 활발한 조직일수록 성과가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넷째, 능동적으로 질문하는 태도입니다. 피드백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면 위축되기 쉽습니다. 내용이 모호하게 느껴질 때는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질문은 피드백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연결해 주고, 상대와의
관계를
협력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줍니다.
다섯째, 취할 것과 흘려보낼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피드백은 전부 수용하거나 전부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이 피드백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피드백 앞에서 위축된다면, 그 안에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자기 비난으로 이어가기보다, 피드백을 성장의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A
“자신의 물그릇이 차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신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키면서까지 타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거절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 관계가 불편해질 것에 대한 두려움, 조직 내 권력 관계에서 오는 부담, 혹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심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면서도
‘괜찮다’고
말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용은 결국 자신뿐 아니라 일과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지혜로운 거절을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기준은 역할과 책임입니다. 이 부탁이 나의 역할 범위 안에 있는 일인지, 아니면 타인의 책임까지 확장된 것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협업의 일환이라면 수용할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타인의 몫까지 떠안는다면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두 번째 기준은 나의 에너지와 시간입니다. 업무에서 ‘심리적 여유’는 성과와 직결됩니다. 이미 과중한 상태에서 추가 업무를 수용하면 기존의 업무 완성도는 물론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거절을 실행할 때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CLEAR라는 다섯 가지 단계를 참고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C(Clarify) 상대의 요청을 충분히 듣고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며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준비를 합니다.
L(List)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나 일정 등의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합니다.
E(Express) 애매하게 돌려 말하기보다 간결하고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표현합니다. 이때 “죄송하지만”, “감사하지만”과 같은 완충 표현을 활용하면 상대의 감정을 배려할 수 있습니다.
A(Alternative) 가능하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는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R(Respect)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표현을 덧붙이면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거절은 관계를 끊는 행동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상에서 작은 거절부터 연습해 나가면 점차 자연스러워집니다. 거울을 보며 표현을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때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A
회의 시간, 분명 할 말이 있었지만 막상 입을 열려는 순간 망설이게 됩니다. ‘이 말이 맞는 건지’, ‘괜히 분위기를 흐리는 건 아닌지’, ‘저 사람 표정이 왜 저렇지…’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회의는 끝나 있습니다.
의견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데에는 개인의 기질적 특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이 있습니다. 위험회피는 위험이 예상될 때 행동이 억제되거나 기존의 행동을 멈추게 되는 특성이고, 사회적 민감성은 상대의 표정·말투·눈빛 같은 미세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입니다.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사람은 말을 꺼내기 전에 여러 가능성을 미리 점검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사고합니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상대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내며,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는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두 기질은 깊이 있는 사고와 배려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강점입니다. 다만 두 기질이 함께 작용할 때, 타인의 반응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정작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질을 바꾸려 하기보다, 생각과 표현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 ‘3단계 원칙’이 있습니다.
1단계는 ‘필요한 말인가’입니다.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이 회의의 목적과 흐름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분별력입니다. 도움이 되는 의견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표현할 가치가 있습니다.
2단계는 ‘지금 할 말인가’ 타이밍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회의 중 발언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회의 후 리더에게 따로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팀의 논의 과정에 기여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 자리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3단계는 ‘친절한 말인가?’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전달력은 달라집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인식하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만일, 상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도, 지금 이 의견 제시가 필요했다는 판단에 대한
소신을
가지는 것입니다. 타인의 반응에 휘둘리다 보면, 정작 자신이 전달하려 했던 핵심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기질이라면 타인의 반응이 신경 쓰일 때는 잠시 멈추고,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표정이 정말 나 때문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상대의 표정이나 반응은 나와 무관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