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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에너지의
신 거점으로 자리잡다

대구사업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설비는 갖춰질 수 있어도, 체계와 문화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사업소는 바로 그 ‘시작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현장이다. 2024년 9월 공식 출범한 이 사업소는 설립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지만, 복합 발전 설비부터 신재생·환경 설비까지 아우르는 대구 지역의 핵심 에너지 정비 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글. 이경희 사진. 엄태헌

신생 사업소, 가장 어려운 것은 ‘기준을 만드는 일’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구사업소 건물은 말 그대로 새것의 느낌이 가득 했다. 깨끗한 벽, 새 책상, 새 의자, 여기에 신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사업소 식구들의 밝은 모습까지 관록보다는 신선함이, 익숙함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다.

대구사업소는 설립 이전에는 ‘신대구지점’이라는 이름으로 소수 인력이 현장 정비를 담당하던 작은 거점이었다. 전환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에 대용량 신설 복합 발전 설비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발전 설비 용량이 대폭 확대되자 전문 정비 인력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었고, 한전KPS는 오랜 파트너십과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력을 확충해 신대구지점을 대구사업소로 격상시킨 것이다.

현재 대구사업소는 총 27명의 인력으로 운영된다. 총무팀, 안전팀, 기계팀, 계전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술 담당 직원 2명이 별도 배치되어 있다.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 인력이 주를 이루며, 원자력·화력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

“발전 설비 용량이 커지면서 그만큼 정비 인력이 더 필요하게 됐습니다. 저희의 기술력을 인정해 준 고객사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업소가 설립된 거죠.”

올해로 입사 30년을 맞은 이규홍 소장의 설명이다.

사업소 설립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신설 복합 발전 설비를 건설하는 동시에 기존 설비 철거 작업이 함께 병행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복합 설비 신설에는 약 2년이 소요되지만, 대구사업소는 철거와 신설이 맞물리면서 공사 기간이 3년 8개월로 늘어났다. 상업 운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인근에서 철거 작업이 계속됐고, 사업소 직원들은 자체 정비 업무와 철거 현장 안전 관리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어요. 모두에게 고마운 일이죠.”

이규홍 소장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작은 조직이 만든 큰 힘, ‘서로의 일을 나누는 문화’

대구사업소의 또 다른 특징은 ‘작은 조직’에서 나오는 유연함이다. 이곳은 규모로만 보면 크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규홍 소장은 초기 현장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이렇게 회상한다. “업무가 구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생기면 서로 달려가 네 일, 내 일 구분 없이 도와가며 일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게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은 곧 조직 운영 방식으로 이어졌다. 기계, 전기, 제어 등 직무 구분을 넘어 필요한 순간에는 서로의 영역을 함께 메우는 방식이다. 특히 경력 10년 이상의 직원들이 많은 구성 특성상,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구조가 처음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이러한 문화가 빛을 발한 일이 있었다.

2025년 4월쯤에 돌발 고장이 한 건 발생했다. 시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터빈에 공급되는 중요 밸브가 동작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났는데 제작사 인력 투입이 지연된 것이다. 결국 대구사업소 직원들이 나서서 먼저 고장 부위(액추에이터)를 찾아냈고, 그 액추에이터와 연결된 대형·중량 배관까지 전부 분해 정비했다. 원래는 2주 정도 정비 기간을 잡았음에도 제작사 작업이 지연되면서 한 달 정도 정지가 됐는데 그 기간 동안 대구사업소 직원들이 일요일도, 휴일도, 야간에도 나와 작업했다. 내 일 네 일 따지지 않고 움직이는 이 모습에서 지역난방공사에서 고마워한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이규홍 소장은 이 과정에서 고객사와의 신뢰 역시 한층 깊어졌다며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서로 보완하며 일할 때 정말 큰 효과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작은 조직이기에 가능한 빠른 소통, 그리고 ‘내 일, 네 일’을 나누지 않는 태도. 대구사업소의 경쟁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일찌감치 시작되고 있었다.

안정화의 시간, 그리고 대구사업소의 다음 단계

대구사업소는 이제 막 ‘기반을 다지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 사택, 장비, 작업 공간, 각종 절차까지 대부분의 기본 인프라는 구축이 완료된 상태다.

“지금은 거의 기본적인 틀은 다 갖춰진 상태라고 생각한다”는 이규홍 소장의 말처럼, 초기의 미비했던 점들은 점차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다. 아직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은 운영 체계를 데이터와 경험을 통해 다듬어야 하고, 앞으로 예정된 대규모 정비(MI 공사)를 대비한 기술력 확보도 필요하다.

그는 “앞으로는 더 안전하게 설비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객사와 협력해 개선을 이어가는 것이 단기 목표”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정비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조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다.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직원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만족하며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대구사업소는 아직 ‘완성된 조직’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이 단순히 설비를 운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 그리고 시간이 함께 쌓여가는 현장이라는 점이다.

지금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기준과 문화는, 앞으로의 대구사업소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작은 조직이기에 가능한
빠른 소통, 그리고 ‘내 일, 네 일’을 나누지 않는 태도.
대구사업소의 경쟁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일찌감치
시작되고 있었다

Mini Interview

모든 구성원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완성

신생 사업소를 이끄는 입장에서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단연 ‘안전’입니다. 어떤 조직도 시스템만으로 안전을 100% 확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세이프티 콜(Safety-Call)’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장님과도 현장의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함께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은 평상시에도 도면과 매뉴얼을 꾸준히 학습하며, 설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전 중인 설비는 예방 점검을 철저히 실시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고객사와 협력해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직원들이 절차를 준수하며 신속하고 안전하게 복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잘 닦인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따라와 주고 있는 직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안전한 시설과 설비 운영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규홍 대구사업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