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수빈 참고자료. 시화호조력발전소, 해양수산부 외
달은 언제나 일정한 궤도를 따라 지구 주위를 맴돈다. 규칙적인 달의 공전은 지구의 바다를 끌어당기고,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을 일으킨다. 그리고 인류는 규칙적인 자연의 리듬을 전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천체의 질서에서 비롯된 신비로운 에너지, 조력발전에 대해 알아보자.
고대 인류에게 달은 어둠을 밝히는 유일한 빛이자 생명과 시간의 흐름을 관장하는 존재였다. 달이 차고 기우는 변화는 탄생과 소멸, 풍요와 결핍을 상징했고 이로 인해 많은 문명에서 달은 신으로 숭배되기도 했다. 문명이 조금 발전하자 사람들은 달을 통해 시간을 셌다.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계절과 생활 주기를 파악하는가 하면 음력은 수천 년 동안 인간 사회의 시간표 역할을 했다. 밤하늘에 떠 있는 신비로운 시계인 것만 같던 달이 바다의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안에서 살던 이들은 경험을 통해 달이 차오를 때 바닷물이 불어나고, 달이 기울 때 물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상이 반복되자 어부와 항해자들은 달을 생계에 활용했다. 조수의 변화를 보며 어류의 이동과 산란 시기를 예측했고, 출항 시간을 결정했다. 그렇게 달은 숭배의 대상에서 관찰과 기록의 대상이 되었고, 달과 지구 사이의 중력 작용으로 조수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 밝혀지며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힘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시초는 중세 유럽의 해안 지역에서 밀물 때 유입된 바닷물을 가두었다가 썰물 때 방류하며 생기는 수위 차로 물레방아를 돌리는 것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의 일부 마을에서는 이 방식으로 곡물을 빻거나 동력을 얻었다. 20세기 들어 산업화가 가속되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인류는 드디어 조력을 전력 생산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1966년 프랑스 랑스강 하구에 건설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조력발전소는 조력발전의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한 사례였다. 방조제를 건설해 해수를 가두고, 수위 차가 발생할 때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이후 여러 국가로 확산되며 현대적 조력발전의 시초가 되었다.
조력발전은 조석간만의 차가 큰 하구나 만을 방조제로 막아 해수를 가두고 바닷물의 높낮이 변화에서 발생하는 위치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물이 높은 위치에서 낮은 위치로 떨어질 때 갖는 위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고, 터빈과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 원리는 수력발전과 같지만 조력발전은 낙차가 작고 유속이 느린 대신 발전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발전 방식은 바닷물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흐를 때 전기를 생산하는가에 따라 나뉜다. 밀물이나 썰물 중 한쪽만을 이용하는 단류식, 바닷물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모두 터빈을 가동하는 복류식, 밀물 때 전기를 만드는 창조식과 썰물 때 전기를 생산하는 낙조식 등으로 나뉜다. 각각의 방식은 바다의 리듬을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세계 조력발전소마다 다른 형태로 이를 구현했다. 이를테면 앞서 이야기한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는 하나의 조지(潮池)를 만들어 밀물과 썰물을 모두 활용하는 복류식을 택해 하루 두 번 바다가 오르내릴 때마다 터빈 방향을 바꿔 회전했다. 바다의 움직임을 막기보다 받아들이는 설계를 택한 것이다. 한국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이미 방조제가 존재했던 시화호의 구조를 조력발전으로 바꾼 것이었기 때문에 바닷물을 유입시키며 발전하는 단류식을 채택했다. 복류식보다 단순한 방식이지만 이는 지역 환경과 수질 개선, 기존 인프라 활용이라는 조건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었다. 203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영국 머지강의 조력발전 계획은 시화호를 벤치마킹하며 지역과 공존하는 조력발전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방조제를 세우지 않고 바다의 흐름 자체를 이용하려는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메이젠 프로젝트는 해저에 터빈을 설치해 조류의 속도로 발전하는 방식을 채택하며 조력발전이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조력 기술이 점점 더 섬세한 기술로 바다의 형상을 바꾸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력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태양계의 질서에서 오는 영속성이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지고 바람은 멈출 수 있지만, 조수는 달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십 년 뒤의 발전량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재생에너지와 조력발전을 차별화하는 결정적인 특징이다. 또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한번 구축된 설비는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달과 지구가 존재하는 한 에너지원도 고갈될 염려가 없다. 그러나 단점과 과제도 분명하다. 대규모 해양 구조물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조제 건설로 인해 조류의 흐름이 바뀌고, 퇴적물의 이동이나 어류의 이동 경로가 변할 수 있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지형 조건이 적합한 지역에서만 가능하다거나, 초기 건설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도 조력발전이 잠재력에 비해 쉽지 않은 에너지로 인식되는 이유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조력발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변화가 조금씩 일고 있다. 바다의 흐름 속에 터빈을 배치하거나, 해안선을 따라 조성하는 조력 라군 방식이 주목받고 있는 것. 이는 해양 환경을 최대한 지키면서 조력을 활용하려는 시도로, 자연의 리듬에 조화롭게 스미는 기술로 발전하고자 함이다. 지구를 공전하는 달은 여전하고, 바다 역시 그 인력에 거스르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변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선택이란 뜻이다. 자연의 섭리와 반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이야 말로 청정 에너지이자 고갈되지 않는 미래 에너지라 불리는 조력발전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