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KPS

당신의 새해 계획은
실현 가능한가요?

글. 강진우

연말연시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럴듯한 새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실제로 계획을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좌절감을 맛보고,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새해 계획의 악순환’을 끊어 낼 수 있을까.

새해 계획의 함정,
‘계획 오류’

영화 <기생충>에서 재수생인 기우(최우식)는 부잣집에 과외생으로 들어가기 위해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기택(송강호)에게 “어차피 내년에 들어갈 대학교를 미리 당겨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기택이 감탄하며 답한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듯 이야기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기택의 가족은 파국을 맞는다.
기택 가족의 범죄적 계획과는 무게와 결이 전혀 다르지만, 우리도 크게 보면 이와 비슷한 경험을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한다. 온갖 계획을 야심 차게 세우지만, 대부분의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 끝에서 깊은 패배감과 자기혐오를 느끼면서도, 다시금 내일에 희망을 걸고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진다. 지난 1년간 썼던 다이어리 대신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입한 뒤, 맨 앞장에 새해의 계획과 목표를 정성스럽게 눌러쓴다. ‘올해는 꼭 실천해야지!’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하지만 대다수의 계획은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고, 열심히 실천하던 계획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만나면서 금세 어그러진다. 결국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나는 계획대로 살지 못할까?’ 이런 상황에서 여느 사람들은 우직하지 못한 자신의 실행력을 탓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새해 계획 그 자체를 잘못 세운 것은 아닐까?
놀랍게도 이를 뒷받침하는 심리학 이론이 존재한다. 바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다. 계획 오류는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계획을 세웠다가 거의 이루지 못하거나, 계획한 일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꼼꼼하게 세운 계획이 사실은 허구에 가깝다는 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계획 오류는 우리의 삶과 인류사 곳곳에서 수시로 발견된다.

#작심삼일
#계획_오류
#새해의_악순환

계획 오류는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계획을 세웠다가 거의 이루지 못하거나,
계획한 일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우리가 ‘계획 오류의 저주’에 빠진 이유

1957년, 호주 정부는 덴마크 건축가의 설계를 토대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사에 돌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축 비용과 기간을 각각 800만 달러와 6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지붕에 필요한 특수 세라믹 타일 개발에만 3년이 걸렸으며, 지붕 구조물을 짓는 데에는 8년이 걸렸다. 자재 수급, 파업, 기상 상황 등으로 인한 공사 지연도 때때로 일어났다. 결국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착공 16년 뒤인 1973년 완공됐으며, 계획보다 13배가량 높은 1억 달러가 공사 비용으로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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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_오류를_줄이는_법
#실현가능성

미국의 심리학자 로저 뷸러는 1994년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과제를 낸 뒤, 과제물 작성에 필요한 시간을 예상해 보라고 했다. 학생들은 평균 33.9일이 소요될 거라고 내다봤으며, 최상의 상황에서 과제를 수행하면 27.4일, 최악의 상황에서 과제에 매달리면 48.6일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들은 평균 55.5일 만에 과제물을 제출했으며, 자신이 예상한 기간 내에 과제물을 제출한 학생은 약 30%에 불과했다.
불행하게도 위의 두 사례와 같은 계획 오류는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건축 현장이 당초 계획을 넘어서는 공사 기간과 추가 비용 때문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가 시험일을 앞두고서야 벼락치기 공부에 매달리고, 직장인 중 상당수는 프로젝트 마감일을 지키지 못해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왜 우리는 ‘계획 오류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계획 오류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일을 계획할 때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가, 계획 수립 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최적의 상황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계획 오류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학습하고 경험한다. 따라서 계획대로 흘러가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와 동시에, 좋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게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즉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강한 의욕으로 인해 ‘이번만큼은 우여곡절 없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자기도 모르게 발동되고, 이러한 인간적 한계성이 ‘끊임없는 계획 오류’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왜 우리는
‘계획 오류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새해의 계획 오류를 줄이는 방법

이런 배경지식을 놓고 보니, 그동안 우리가 왜 새해 계획을 세우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는지 어렴풋이 이해된다. 그렇다고 해서 새해마다 이 괴로운 계획 오류를 마냥 겪을 수만은 없는 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는 계획 오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다행히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몇 가지 해결책이 있다. 먼저 계획을 세울 때는 과정을 되도록 세부적으로 쪼개서 구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에 회의가 잡혀 있다면, 단순하게 ‘회의에 참가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몇 시에 사전 정보를 조사하고, 언제 회의 자료를 만든 뒤, 몇 시에 사무실에서 출발한다’와 같이 과정을 세세하게 쪼개어 계획하면 회의 참가를 위한 준비 시간을 한결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지나치게 촘촘한 계획을 세우고 강박적으로 지키려고 애쓰는 것도 계획 오류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요컨대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세부 계획’을 세워야 계획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일을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변수를 고려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계획 오류를 회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 유사 프로젝트의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발생 가능한 돌발 상황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미리 준비하면, 실제로 해당 문제가 생겼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준비된 대응으로 인해 아낀 시간과 비용을 이때 투입하면 되기에 전체적인 계획을 사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삼자의 관점으로 계획을 바라보고 점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수립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지 못했던 계획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파악하기가 쉬워지고,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한층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의 인지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남긴 ‘모든 일은 항상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말을 교훈 삼아, 계획 완수에 필요한 시간을 예상보다 여유롭게 잡는 것도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바로 ‘실현 가능한 구체적 계획을 지금 당장 수립하는 것’이다. 계획 오류가 두렵다고 해서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이리저리 방황할 수 있다. 그러니 위의 방법들을 활용해 2026년의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 보자. ‘작년보다 성장한 새해’로 향하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바로 ‘실현 가능한 구체적 계획을
지금 당장 수립하는 것’이다.
계획 오류가 두렵다고 해서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이리저리 방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