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복하기

사람 대신 AI가 간다

글. 이경희

AI 로봇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 진단을 수행하고, AI 기술을 탑재한 정비시스템이 현장의 의사결정을 돕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능형 AI CCTV가 위험 행동을 자동 감지하며 안전 사각지대까지 좁히고 있다. 한전KPS의 AI 기술은 이제 ‘개발 단계’를 뛰어넘어 현장 곳곳에서 정비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발전소 보일러 정비시스템, ‘위험 자동감지’ 지능형 AI CCTV, AI 로봇 원자로 내부 진단, 송전선 주변 위험수목 잡아내는 ‘AI+드론’ 기술 등 한전KPS 곳곳에서 맹활약을 예고하는 AI 장비들을 살펴보았다.

고방사선 구역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다

AI 로봇으로 여는 원자로 정비의 새로운 방식
원자로 내부는 고방사선 구역으로, 작업자의 직접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공간이다. 그동안 원자로 핵심 설비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장기간 정지시키거나 구조물을 절단하는 방식이 불가피했다.
이번 기술 개발의 출발점은 2022년 말 발생한 현장 문제였다. 장기간 운영된 원자로 내부에서 열전달 완충판에 이상이 발생했고, 이를 제거해야 했지만, 해당 부위는 고방사선 구역에 위치해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연규 팀장(종합기술원 전략기술개발센터 SMR기술개발팀)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반드시 제거가 필요한 설비였기 때문에, 긴급하게 원격 제거 장비를 자체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전KPS는 긴급 대응 차원에서 원격 제거 로봇을 자체 개발했고, 2023년 초 원자로 내부 손상 없이 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과제는 제거 부위의 건전성 평가였다. SMR기술개발팀은 3차원 레이저 스캐너와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 검사 로봇을 추가 개발했고, AI를 활용해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형상 데이터를 자동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개발 시스템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방사선 환경에서 200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고하중 원격 로봇 기술. 둘째, 3차원 레이저 기반 형상 측정 및 정밀 평가기술. 셋째, AI를 활용한 자동 결함 분석 기술이다. 김연규 팀장은 “제거와 평가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해당 장비는 이동형 로봇 시스템으로, 원자력정비기술센터 전문 인력이 발전소에 직접 설치한 뒤 약 30m 떨어진 비방사선 구역에서 원격 조작한다. 작업자의 피폭 위험을 원천 차단하면서도 검사 정확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원전 정비 방식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한전KPS는 이번 기술을 특정 설비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원자로 주요 부위 전반의 검사·진단 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사한 고위험·고정밀 정비 영역에서도 긴급 대응이 가능한 기술적 기반을 확보한 만큼 향후 로봇·AI 기반 정비 기술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기대해 본다.

한전KPS는 긴급 대응 차원에서 원격 제거 로봇을 자체 개발했고,
2023년 초 원자로 내부 손상 없이 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김연규 팀장은 “제거와 평가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원자로 내부진단 로봇

정비 데이터가 판단을 돕는다

AI 탑재 보일러 정비시스템 ‘BIMS’
AI는 로봇뿐 아니라 정비 데이터 관리 방식도 바꾸고 있다. 한전KPS는 발전소 주요 설비인 보일러 정비를 고도화하기 위해 ‘AI 기반 보일러 지능형 통합관리 시스템(BIMS)’을 개발했다.
그간 보일러 정비 현장은 숙련 인력의 경험과 문서 중심 관리에 의존해 왔다. 점검 결과는 한글이나 파워포인트 파일로 남았고, 과거 이력을 확인하려면 보고서를 하나하나 찾아야 했다. 김기주 선임(종합기술원 디지털기술개발센터 지능화기술개발팀)은 “기존 방식이 틀렸다기보다는, AI와 데이터 분석 환경이 성숙한 지금의 흐름과는 맞지 않았고, 보고서 작성 기능의 부재, 데이터 공유의 번거로움, 분석 불가능한 파일 구조를 동시에 개선 과제로 삼았다”는 이야기로 개발 배경을 밝혔다.
BIMS는 보일러 정비 업무의 시작과 끝을 웹 안으로 끌어들였다. 김기주 선임은 “현장에서 작성하던 보고서를 시스템 내 템플릿 기반으로 표준화했고, 팀 단위 동시 작성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무엇보다 기존 파일 형태의 보고서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활용을 위한 기반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BIMS의 핵심은 생성형 AI 기반 Text to SQL 기술이다. 작업자가 “과거 유사한 균열 사례를 보여달라” 같은 자연어로 질문하면, 일반인들이 평소 생성형 AI 쓰듯이 BIMS가 과거 정비 이력 데이터를 연산해 관련 사례와 조치 내용을 즉시 제시한다. 기존처럼 수십 개의 보고서를 열어볼 필요 없이, 대화하듯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축은 AI 기반 진단 보조 기술이다. 보일러 수명 진단 과정에서 활용되는 재질 열화 분석에는 이미지 판별 AI(CNN)가 적용됐다. 현미경으로 촬영한 재질 사진을 입력하면, 과거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열화 등급을 확률값으로 제시한다. 최종 판단은 전문가가 내리지만, AI는 의사결정을 돕는 참고 지표 역할을 한다.
또한 AI는 보일러 재질 열화 정도를 분류하고, 수명 진단과 예방 정비 시점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BIMS는 현재 실제 사업장 적용을 시작했으며 한전KPS는 이를 통해 정비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기반 보일러 지능형 통합관리 시스템(BIMS)

위험을 ‘보는’ 수준을 넘어 ‘알아채는’ 단계로

AI CCTV와 드론이 만드는 안전 정비 현장
AI 기술은 안전 관리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전KPS는 지능형 AI CCTV를 도입해 작업자의 위험 행동, 보호구 미착용, 출입 통제 위반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CCTV가 단순 기록 장치였다면, AI CCTV는 위험을 자동 인식하고 관리자에게 즉각 경보를 보내는 ‘능동형 안전 관리 솔루션’이다. 특히 고소·고전압 작업이 잦은 송전 및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시연에서는 AI가 이상 동선과 위험 상황을 즉시 인식하는 전 과정이 공개됐다.
여기에 AI+드론 기술도 더해졌다. 한전KPS는 드론으로 송전선로 주변을 3차원 데이터로 촬영한 뒤, AI가 송전선과 접촉 위험이 있는 수목을 자동 검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작업자가 직접 철탑에 오르지 않아도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안전성과 작업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
이처럼 한전KPS의 AI 기술은 로봇, 데이터, 안전 관리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AI는 정비 현장을 바꾸는 도구이자, 사람을 위험에서 한 발 떨어뜨려 주는 기술”이라며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을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AI는 이제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한전KPS 정비 현장에서는 이미 사람 곁에서 작동하고, 때로는 사람 대신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다. 기술은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안전하고 더 완전한 근로환경과 설비 운영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