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여행작가 임운석
연말연시 사람들은 여행을 계획한다. 저무는 해를 보내며 지난 시간을 갈무리하고,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새로운 희망을 품기 위해서다. 서해와 동해, 그리고 제주도의 해넘이, 해맞이 명소를 소개한다. 어제와 다른 해를 바라보며 한 해의 아쉬움을 달래고, 첫 태양에 새 출발의 염원을 담아보자.
제주도에는 이름이 같은 비양도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제주 본섬 서쪽 한림읍 앞바다에 있고, 다른 하나는 우도에 속한 섬이다. 그중 우도 비양도는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비양도는 우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우도 하고수동해변에서 150m 정도를 걸어가면 닿는다. 비양도는 ‘백패커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초원으로 이루어진 연평리 야영장에서 주로 캠핑을 즐긴다. 섬 내에는 백패커들을 위한 공중화장실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불편하지 않다.
비양도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자리에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망 포인트는 돌을 쌓아 올린 망루다. 이곳에서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작품 같은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물론 굳이 망루에 오르지 않더라도 텐트에서 충분하다. 고즈넉한 섬 분위기 속에서 제주의 지는 해와 뜨는 해, 모두를 마주하고 싶다면 섬 속의 작은 섬 비양도를 추천한다.
🔍제주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충청남도 태안 안면도 꽃지해변은 ‘서해안 3대 낙조 명소’로 불리며 한국관광 100선에도 5회 연속 선정될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 5km에 달하는 넓고 고운 백사장과 여유로운 바다 풍경 덕택에 사계절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의 압권은 해 질 녘 펼쳐지는 황홀한 일몰 풍경이다. 꽃지해변 일몰의 하이라이트는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해가 지는 순간이다. 이들 바위에는 신라시대 한 여인(미도)이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 두 개의 바위섬은 만조 시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하고, 간조 시에는 갯벌과 연결되어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경관을 연출한다.
이 무렵에는 붉은 태양이 바위 사이로 떨어지며 바다와 갯벌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여 장관을 연출하는데, 수많은 사진작가가 이 마법 같은 순간을 담기 위해 모여든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해안 산책로 ‘노을길’을 걸으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고, 인근 방포항에서 신선한 해산물도 즐길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잊지 못할 추억과 낭만적인 풍경을 원한다면, 서해안 최고의 일몰 명소 꽃지해변 방문을 추천한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강원도 강릉 정동진 해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출 명소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희망찬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정동진역 덕분에 낭만적인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정동진해변의 매력은 단순히 일출에만 있지 않다. 곱고 넓은 모래사장과 탁 트인 동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한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바다 내음을 만끽하고, 기차가 바다 바로 옆을 지나는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모래시계 공원, 썬크루즈 리조트 등 주변 명소들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특히 정동진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안단구의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산책 코스다. 낭만적인 기차 여행의 추억과 아름다운 동해의 절경을 동시에 만끽하고 싶다면, 강릉 정동진 해변이 완벽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강화도 남단에 우뚝 솟은 마니산(472.1m)은 민족의 영산으로 불린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정중앙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상징성과 함께,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이 정상에 자리 잡고 있어 예부터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마니산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마니산 일출 산행은 주로 새벽 일찍 계단로 코스(약 2.4km)나 단군로 코스(약 3.6km)를 이용해 시작된다.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에 의지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길은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정상 부근 헬기장에 도착해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 그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진다. 캄캄하던 하늘이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고, 지표면의 가스층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의 장엄한 모습은 감탄 이외에 할 말을 잊게 한다.
마니산 정상에서는 아득히 먼 동해 바다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소망을 빌 수 있다. 특히 참성단 앞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민족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는 듯하다. 한 해의 시작이나 뜻깊은 다짐을 위해, 민족의 영산 마니산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맞이하며 웅장한 기운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398-1 마니산 관광안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