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재난안전처 안전기동점검단 이정흠 단장
안전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지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작은 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서로의 손을 잡아 협력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문화를 쌓아갈 때 비로소 무재해는 완성된다. 손자병법이 말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지혜”는 오늘날 한전KPS가 걸어가야 할 안전경영과 에너지 전략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不戰勝)”이다. 이는 오늘날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안전사고를 단순히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위험이 발현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 그리고 경쟁사와 정면 대결로 소모적인 전투를 치르기보다 기술·동맹·브랜드를 통해 싸울 필요조차 없는 구도를 만드는 것.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한전KPS가 미래 에너지 산업과 안전경영을 동시에 선도할 수 있는 길이다.
먼저, 손자병법의 핵심 중 하나인 불전승(不戰勝)은 안전경영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차단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듀폰(Behavior-Based Safety) 모델을 도입해 작업자의 작은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피드백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예지보전을 통해 설비 고장을 사전에 데이터 분석으로 예측하고,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 “벌모(伐謀)”는 위험 전략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2인 1조 작업 원칙 준수, 위험공정의 무분별한 아웃소싱 제한, 하도급·재하도급 구조 개선은 ‘사고의 계략’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이다. 더 나아가 로봇과 원격 시스템을 활용한 위험공정 자동화는 작업자를 위험에서 멀리 떨어뜨려 안전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벌교(伐交)”의 원리는 내부 갈등을 예방하고 협력적 안전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사와 협력업체가 함께하는 공동 안전협의체, 협력근로자까지 포함한 안전교육과 성과 공유제는 조직 전체가 동일한 안전 목표를 공유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안전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면 안전은 특정 집단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리전(心理戰)”은 안전문화의 심리적 내재화를 의미한다. 브레들리 곡선(안전문화 발전 단계)을 적용해 처벌 중심 문화를 넘어 규정 준수, 자율 안전관리, 선도적 안전문화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찾아 안전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무재해 기록을 공유하며 보상하는 제도 등을 정착시킨다면 안전은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조직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에너지 전략 차원에서의 불전승이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선점이다. 손자가 말한 불전승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승리를 확정하는 것”이라면, 한전KPS에게 그것은 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BESS) 정비·운영 기술을 선점하여 경쟁사가 들어오기 전에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동맹 강화다. 손자는 적의 동맹을 깨뜨리기보다 아군의 동맹을 튼튼히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한전KPS는 해외 기업이나 기관과 협력하여 글로벌 안전·정비 표준을 선도해야 한다.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안전 기준을 주도하는 순간, 경쟁사는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한전KPS의 위치는 공고해질 것이다.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전하면 한전KPS”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이다. 발주처가 경쟁사를 제치고 한전KPS를 선택하는 이유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무재해 보장’이라는 확신이라면, 이는 강한 심리적 무기가 된다. 무재해 실적의 꾸준한 홍보와 브랜드화는 곧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전KPS가 지향해야 할 길은 안전사고와 경쟁을 전쟁처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예방·동맹·브랜드·기술 선점을 통해 아예 싸울 필요가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손자병법의 불전승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길이다.
손자병법의 가장 유명한 구절 가운데 하나인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오늘날 기업 환경에 적용하면, 시장과 경쟁자를 제대로 분석하고 동시에 우리 기업의 역량을 정확히 이해하여 전략을 세운다면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교훈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전KPS 내부 관점에서 SWOT을 살펴봤을 때, 한전KPS의 강점은 발전·원자력 정비에서의 독점적 기술력, 안정적 고객 기반(한전·한수원·발전 5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숙련된 기술인력과 예지보전 역량, 그리고 공기업이 가진 신뢰성과 ESG·안전 선도 기회이다. 그러나 한전과 기존의 발전고객사에 대한 매출 의존, 잦은 안전사고로 인한 사회적 이미지 훼손, 관료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글로벌 민간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는 큰 약점이다.
따라서 미래형 한전KPS 본사의 경영전략으로 반드시 중점을 두어야 할 안전·보건·환경 정책의 방향 축은 ①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형 안전관리 체계의 구축, ② 에너지 전환 설비에 특화된 안전관리 기술의 선점, ③ ESG와 연계된 통합형 HSE 거버넌스 확립, ④ 사람 중심의 안전문화 실현, ⑤ CEO와 경영진이 주도하는 리더십과 글로벌 표준화 전략이다.
이 다섯 가지 축을 통해 “Zero Accident → Zero Harm → Net Zero1)”로 이어지는 미래지향적 안전경영 체계를 구축·완성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전KPS가 안전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해법이며, 손자병법이 말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구체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1) 무사고, 무해성, 위험에 빈틈이 없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