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별 여행

경주의 또 다른 길,
태곳적 신비 고스란히 품은
파도소리길

글,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경북관광공사

경주, 말할 것도 없이 볼 것 많고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그런데 경주의 이미지가 천년 고도에 지나치게 쏠린 탓에 경주 여행하면 으레 문화유산 답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경주는 푸른 동해와 마주하고 있어 시원한 바다 여행에도 손색없다. 하늘보다 더 푸른 국보급 경주의 바다를 소개한다.

파도소리길의 시작, 읍천항

#파도소리길, 읍천항

경주는 신라의 천년 고도인 동시에 태곳적 신비까지 품고 있다. 울진군, 영덕군, 포항시와 더불어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에 속한다. 그중 경주시 양남면에 자리한 양남 주상절리군은 1.7km 해안에 부채꼴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위로 곧추선 주상절리 등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가 군락을 이룬다.
그 첫발은 읍천항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하서항까지 구간을 ‘파도소리길’이라 부른다. 읍천항은 한때 마을 곳곳을 알록달록하게 수놓은 벽화마을로 유명했다. 지금은 많이 색이 많이 바랬지만 한적한 어촌의 감성에 빠지기에는 충분하다. 또한 하얀 등대와 항구 이름의 자음을 따서 만든 ‘ㅇㅊㅎ’조형물이 여행객을 위한 포토존으로 활용되는 만큼 인증사진은 필수다. 읍천항은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제철 맞은 삼치와 가자미가 많이 낚여 특별한 손맛을 선사한다. 특히 대삼치 포인트로 알려져 낚시 예능프로그램인 ‘도시어부’촬영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읍천항을 지나면 출렁다리 앞에 닿는다. 30m 남짓한 출렁다리에서 보는 드넓은 바다 풍경은 하늘보다 더 푸른 바다색과 일렁이는 파도 소리에 마음마저 힐링 되는 듯하다. 이 모든 게 파도소리길의 매력이다. 사뿐히 출렁다리를 내려서면 곧이어 독특한 모양의 주상절리를 마주한다. 바다를 향해 두 다리를 쭉 뻗은 스핑크스 같기도 하고···, 보는 위치에 따라 이견이 분분하다. 주상절리 앞 자갈톱은 얼핏 하트 모양과 흡사해 사람들은 이곳을 작은 하트해변이라 부르기도 한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양남항구길 46

파도소리길의 백미,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양남 주상절리, 전망대

작은 하트해변을 돌아서면 파도소리길의 백미로 꼽히는 양남 주상절리가 펼쳐진다. 특히 부채꼴 주상절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상절리는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바다와 차가운 공기를 만나 수축할 때 생성되는데 주로 육각, 오각, 사각기둥 모양이다. 제주도 중문 주상절리가 육각과 오각형이 주류라면, 여기서 발견되는 부채꼴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빼어난 경관은 물론이고 학술 가치 또한 높다. 부채꼴 주상절리를 좀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싶어 주상절리전망대에 오른다. 1층은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홍보관으로 활용되고 그다음부터는 ‘경주바다 100리길’의 풍광을 주제로 한 사진작가의 개성 넘치는 멋진 작품들과 주상절리를 디지털 예술로 표현한 미디어 파사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망대는 4층에 위치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부채꼴 주상절리는 중심부를 기준으로 일정한 간격에 맞춰 갈라지듯 펼쳐졌다. 놀랍기만 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과 감동 연발이다. 이곳이 세상에 알려진 게 2012년 양남면 읍천리에 있던 군부대가 철수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어쩌면 그 덕분에 천혜의 비경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지 않았을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전망대와 가까운 곳에 야생화단지와 대나무숲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고 먼발치에 양산할배바위가 우뚝하다. 그 뒤로 누워있는 주상절리가 바다를 향해 육각형 볼펜을 펼쳐놓은 듯 가지런하다. 한차례 오르막을 오르면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외로운 현대인들을 위로하듯 어깨를 내어준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동해안로 498-13

파도소리길의 종점 하서항,
자경리 해식동굴은 덤

#하서항, 지경리해식동굴

여정은 한전KPS 가족들에게 바다풍경 맛집으로 인기 높은 한마을생활관을 지나 어느덧 마지막 구간인 하서항에 이른다. 하서항 주변은 그늘이 넉넉하지 않아 여름에 걷기엔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있다. 방파제에 있는 하트 모양의 대형 자물쇠를 보기 위해서다. 방파제 벽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 사랑海’라고 적힌 것을 보면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하다. 신라 제19대 임금 눌지왕 연간 충신 박제상과 그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다. 박제상은 왜국에 볼모로 잡힌 임금의 동생을 지략을 써서 구했으나 안타깝게도 자신은 왜왕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아내는 망부석으로 변했고, 넋은 새가 되어 날아가 남편의 넋과 함께 돌아왔다고 한다. 넋이라도 하나가 되길 원했던 이 부부처럼 한번 잠긴 자물쇠가 다시는 열리지 않기를 소망하며 자물쇠에 하트 모양을 뚫어 놓은 것이다.
하서항에서 차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지경방파제에 경주에서 핫한 동굴포토존이 있다. 지경방파제에 주차한 뒤 코오롱팬션 앞 바닷가 쪽에 집채보다 큰 갯바위가 서 있고 그 뒤로 돌아가면 해식동굴이 나온다. 동굴 안에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위치까지 표시해 뒀을 정도로 유명한 포토존이니 멋진 사진을 남겨보자. 굳이 포토존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곳은 스노클링 명당이기도 하다.
짧은 구간이지만 탁 트인 바다 절경과 기상천외한 주상절리의 다채로운 모양까지 두루두루 감상한 여행이었다. 내륙의 경주에서 느끼지 못한 태곳적 경주를 마주하고 싶다면 파도소리길에 들어서 보길 추천한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하서리 하서항
🔍  경북 경주시 양남면 지경길 41 🔍  경북 경주시 양남면 지경길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