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별 여행

눈부시게 매력적인
루마니아 여행

글, 사진. 이신화 「on the camino」 저자

브란성 마을

루마니아는 한국인에게는 낯선 나라이고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루마니아에 한 번 입성하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질 못한다. 루마니아 도시마다 중세풍의 건축물들이 즐비한 것 말고도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들이 많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가는 곳마다 흥이 넘쳐난다. 음식은 맛있고 사람들은 따뜻하다. 기대하지 않아서 더욱 빛나는 루마니아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고정관념이 무색

필자의 루마니아 첫 여행은 수도 부쿠레슈티~시나이아~브란성~브라쇼보를 거쳐 시기쇼아라였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라는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쳐진 채로 수도 부쿠레슈티(Bucharest, Bucureşti)에 입성했다. 부쿠레슈티에는 공산권 때 만들어진 거대한 건물들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시내 중심가의 카페, 바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즉석에서 연주를 하고 현지민들은 자유롭게 춤을 추고 맥주를 마시며 왁자하게 떠들어대는 모습은 마치 영화 로케이션 현장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또 미인들이 많은 것에도 깜짝 놀랐다. 단박에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선입견을 다 떨궈냈다. 루마니아는 문화, 예술이 뒤섞인, 자유로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루마니아 두 번째 여행은 이아시~클루지나포카~오라데아를 여행했다. 몰도바에서 국경을 넘어 루마니아 이아시에 도착했는데, 깊은 산속에 숨은 도시는 아름다움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거기에 이아시에서 클루지나포카로 오는 버스 안에서 본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 지역에는 ‘스위스’가 있었다.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이지만 그중에서 드라큘라와 연관 있는 곳을 소개하기로 한다.

드라큘라와
브란성

흡혈귀로 알려진 드라큘라는 실존 인물이다. 동유럽의 루마니아 중부 아르제슈주 쿠르데아르제슈 시에는 드라큘라 성으로 알려진 ‘브란(Bran)성’이 있다. 매표소를 지나 약간 걸어 올라가면 가파른 언덕 위에 우뚝 선, 고성을 만난다. 뾰족한 성 탑과 지중해 풍의 지붕 벽돌이 에워싸고 있는 멋진 성이다. 건물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양식이 추가되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결합되어 있다.
계단 초입에 감시탑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서 내부를 관람하게 되어 있다. 실내는 좁은 계단을 따라 층별로 전시관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살았음 직한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벽에는 드라큘라의 사진과 어여쁜 왕비, 공주의 사진이 걸려 있다. 쇠창살, 철 도끼 등의 중세 시대의 고문 기구 등이 있지만 몸서리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박물관에 진열된 물건일 뿐이다. 드라큘라라는 선입견을 갖고 ‘으스스’할 준비를 하고 성을 방문하지만 실제로는 동화 속에 나옴 직한 멋진 고성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성

그렇다면 이 성이 실제로 드라큘라와 연관이 있을까? 브란성은 독일 기사단의 요새(1212년)로 만들어졌다. 15~16세기에는 트란실바니아와 왈라키아 공국을 잇는 연결지 역할을 하면서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헝가리 왕국을 지키는 관문이 되었다. 1450년대. 드라큘라가 이 성에 잠시 머문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이 성은 루마니아 공국들의 통일에 기여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 드 여왕에게 헌정(1920년)되었고, 낭만적인 여름 궁전으로 바뀌었다. 이후 루마니아가 공산권이 되면서 후손들은 성 소유권을 박탈(1948년)당했다. 브란성은 방치돼 파손됐고 1956년, 루마니아 정부에 의해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개보수를 거쳐 중세역사미술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영웅,
딴 나라에서는 흡혈귀

그렇다면 루마니아의 실존 인물이자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유명한 영웅이었던 드라큘라(Vlad III Dracula, 1431~1476)가 왜 흡혈귀가 되어 버렸을까? 드라큘라 아버지는 왈라키아 공국의 귀족이었다. 어머니는 몰다비아 공국의 공녀 ‘크네아지아’다. 드라큘라는 트란실바니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시기쇼아라(Sighişoara)에서 태어났다. 드라큘라가 태어난 시기쇼아라는 그 당시 루마니아인이 아닌 게르만족 후손인 작슨족이 장악하고 있었다. 루마니아 현지민들은 성 밖에서 살아야 했지만, 당시 아버지는 이들과 무역 협정을 맺고 도시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형제는 형(미르체아), 본인(블라드), 남동생(라두) 3남이었다. 드라큘라는 어릴 적(11살 경) 오스만 제국에 동생(4살)과 함께 볼모로 보내졌다. 드라큘라는 오스만 제국을 탈출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다른 종족에 의해 암살(1447년, 16살 경)되었고 형은 뜨거운 인두로 눈을 잃고 생매장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해지지 않는 이가 있겠는가?
드라큘라는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왈라키아 공국의 공작이 된다. 왈라키아 타르고비스테(Targoviste)를 수도로 삼고 작슨족의 거점도시였던 브라쇼브(Brasov)의 보야르(귀족)들을 죽였고 오스만 투르크에도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1476년(45세), 드라큘라는 패배했다.
드라큘라가 흡혈귀가 된 것은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 1847~1912)가 쓴 소설 “드라큘라(1897년 작)” 때문이다. 루마니아 영웅은 딴 나라에서는 흡혈귀가 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래서 우리들은 역사를 똑바로 들여다봐야 한다.

드라큘라의 생가,
시기쇼아라

브란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브라쇼브’가 있다. 한 눈에도 중세 유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 도시는 13세기, 독일계 작슨 족의 장인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이곳에는 트란실바니아 지방에서 가장 큰 독일식 고딕 건축물인 흑색 교회(Biserica Neagra)가 있다.
시기쇼아라는 개발되지 않은, 중세기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더 고색창연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1999년) 지구로 시기쇼아라 올드타운에는 드라큘라의 생가가 있다. 황갈색 3층 건물은 현재는 카페와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드라큘라는 이 집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인 1435년, 아버지 블라드 드라큘이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가 되면서 이곳을 떠났다. 시기쇼아라에는, 아니 루마니아에는 흡혈귀가 아닌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이자 영웅인 드라큘라가 영원히 살아 있다.

TRAVEL DATA

Romania #01

가는 방법
체르나보다(Cernavodă)에서 브란성까지 약 336km 떨어져 있다. 브란성~브라쇼브~시기쇼아라 순으로 여행을 즐기면 된다. 브라쇼브~시기쇼아라까지는 약 117km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Food #02

추천 음식
음식이 제법 맛이 좋다. 루마니아식 족발인 치올란(Ciolan)이 있다. 그 외 옥수수를 재료로 이용한 머멀리거(Mămăligă), 다진 돼지고기를 포도잎으로 싼 ‘사르마(sarma, 복수로는 사르말레(sarmale)’ 등이 있다. 루마니아 전통 페이스트리, 파파나스(Papanas)도 있다. 특히 부큐레슈티에는 전통 깊은 건축물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구시가지 왕궁 옆에 있는 마눅 여인숙(hanul lui manuc, 1808년)은 2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또 1879년에 오픈한 카루 쿠 베레(Caru cu Bere)는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홀이다.

Alcohol #03

주류 정보
포도주(VIN), 추이카(TUICA)라는 특유의 과실 증류주가 유명한데 자두가 좋다. 포도주는 아주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이미 서구에서 크게 사랑받고 있다. 루마니아 포도주 박람회(VIN-EXPO)가 열린다. 포도주는 겨울철에는 ‘뜨거운 포도주(Vin fiert)’를 마신다. 그 외 보드카, 위스키, 럼, 다양한 맥주 등이 생산되고 있다.

TUICA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전통 증류주

숙박 정보 #04

가격이 비싸지 않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유명 관광지는 숙박 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필자는 시기쇼아라에서 방을 구하지 못해서 15km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인 다네스(Daneș, 영어로는 데니스라 쓴다)로 가야 했다. 루마니아 전통 시골마을 접할 수 있어 좋은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