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빛나는 순간

거센 물의 힘으로 만드는 에너지,
수력발전의 과거와 미래

글. 한수빈
참고서적. 씨익북스 편집부 2팀 <수력 발전의 모든 것>,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인간은 자연의 힘을 이용해 아주 오랜 시간 에너지를 만들었다. 그 중 ‘물’의 힘을 활용한 수력발전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어 산업화를 거치며 오랫동안 인류의 삶을 영위 시켜준 익숙한 에너지 발전 방식이다. 오늘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물의 힘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게 될까?

물의 흐름을
노동에 활용한 사람들

수력발전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3세기경, 흐르는 물을 이용해 회전체를 돌리는 기술이 등장했는데 그리스인들은 이때부터 밀을 빻거나 금속을 다듬는 등의 노동에 수차를 활용했다. 한편, 한국에 수차, 즉 물레방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14~15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의 <동국여지승람>에는 각 지방에 물레방아가 설치되어 있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 초기의 농서인 <농사직설>에는 물레방아와 그 사용법에 대한 기술이 등장한다. 작은 마을에 한두 개 정도 갖춰진 설비였지만 곡식을 찧는 데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기에 노동을 대체하기에는 충분했다. 단순한 회전체에 불과했던 수차에 발전기를 연결해 전기 생산 변환기로 진화하게 된 건 19세기 후반, 영국의 사업가이자 발명가인 윌리엄 암스트롱(William George Armstrong)이 물레방아 원리로 최초의 수력발전기를 발명한 것이 계기였다. 자신의 저택 조명을 켜기 위해 물의 낙차를 이용해 수차를 돌리고, 다시 수차의 회전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 것. 이 발전 시스템은 세계 최초의 수력 발전 시스템으로 기록되었으며, 오늘날 에너지 생산 기술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댐과 터빈,
전기의 시대를 열다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수력발전이 본격화된 건 1882년 미국 위스콘신주 애플턴에 Vulcan Street Plant라는 최초의 상업용 수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며 애플턴의 제지 공장에 전력을 공급한 것이 시초였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에디슨 일루미네이팅 컴퍼니가 뉴욕시 최초의 화석 연료 발전소를 완공하며 수요가 높은 지역 근처의 수력 발전과 경쟁했고, 1886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40~50개의 수력 발전소가 운영되며 빠르게 퍼져 나가게 되었다. 수력의 핵심은 ‘낙차’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바꾸고, 이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이를 위해 거대한 댐을 쌓기 시작했고 20세기 중반 정점을 찍는다. 1936년 완공된 미국의 후버댐(Hoover Dam)이 대표적인 사례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건설된 이 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단순한 발전소를 넘어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시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상징은 중국의 양쯔강을 가로지르는 싼샤댐이다. 이 댐은 2만 메가와트가 넘는 전기를 생산하는, 단일 수력발전소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912년 우리나라에도 경성전기주식회사에 의해 서울 청계천에 국내 최초의 수력발전소가 세워지며 수력발전이 도입되었다. 본격적인 규모의 수력발전소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북부 지역에 건설된 부전강 발전소 등으로 이어졌고 광복 이후 춘천댐, 팔당댐 등 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을 겸하는 다목적 댐이 건설되었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의 바람이 불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이를 충당하기 위해 충주댐과 대청댐, 안동댐, 합천댐 등이 건설되었다.

수력발전의 빛과 그림자, 주목받는 소수력 발전

수력발전이 오랜 역사를 가지게 된 이유는 가장 안정적인 에너지원이자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좌우되지 않는다. 또 한 번 건설하면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밝은 면의 이면에는 그림자 역시 존재한다. 대규모 댐은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어 물고기의 이동 경로 차단이나 하류 생물 서식지 파괴 등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초기 건설 과정에서 산림을 밀어내고, 수많은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강제 이주해야 하기도 한다. 여기에 최근 대두되고 있는 기후변화 역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인류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개조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며 최근 수력발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대규모 댐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을 추구하는 ‘소수력 발전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소수력은 댐을 쌓지 않고 적은 양의 물에 높은 압력을 가해 적정량의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기존의 하천 흐름이나 관개수로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지역 단위로 분산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닷물이 빠르게 흐르는 해역의 조류를 이용해 바닷속에 설치한 터빈을 돌리는 조류발전, 파도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파력발전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력발전의 영역과 쓰임은 다양해지고 있다. 자연을 이용하는 게 아닌, 그 흐름과 같이 나아가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 수력발전도 기술과 환경의 조화를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