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낙동강이 남해와 만나는 곳. 부산광역시 서남단에 자리 잡은 사하구다. 고갯마루에 자리한 산복도로를 달려 한국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에 이르고, 노을 사진 명소로 유명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서정적인 풍경에 매료된다, 베네치아를 닮아 부네치아라는 불리는 장림포구와 을숙도철새공원, 을숙도생태공원 등 다채로운 부산 사하구의 매력에 빠져보자.
가파른 골목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다닥다닥 붙은 집들. 마치 ‘마추픽추’를 보는 듯하다. 부산광역시 사하구에 자리한 감천문화마을이다. 원래 일제강점기 태극도 신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으나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산동네가 됐다. 그러다 슬럼화 현상이 극심해지자 감천동 도시재생사업이 전개됐다. 시작은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 ‘꿈꾸는 부산 마추픽추’부터다. 이 무렵 ‘꿈꾸는 물고기’.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등 10개 작품을 선보였다. 놀랍게도 반응이 뜨거웠다. 허름한 골목에 생기가 돌면서 마을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뀐 것이다. 그러자 2012년과 2016년에도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때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등 20개 작품이 새롭게 조성됐다.
감천문화마을의 특징은 지붕과 벽을 빨강, 파랑, 초록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한 것이다. 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감천고갯마루에 있는 버스정류장 뒤편 ‘하나 되기’ 포토존이 있다. 이 전망대에 서면 이색적인 마을의 풍경이 동화마을처럼 펼쳐진다. ‘한국의 마추픽추’라 불릴만한 정경이다.
마을 여행 출발지는 새마을금고 분소가 있는 ‘문화마을입구’.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포토존을 따라 이동한다. 첫 번째 ‘사람과 새’ 작품은 입구를 지나 건물 옥상을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짙은 원색이 마을 지붕과 어우러져 조화롭다. 건물 외벽에 골목의 풍경을 그려놓은 벽화도 인상적이다. 작품 제목은 ‘마주보다’다. ‘작은 박물관’ 내부도 챙겨보자. 주민들에게 기증받은 추억 가득한 생활용품과 옛날 판잣집 재현 코너, 마을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옆에는 ‘하늘마루’라 불리는 안내소 겸 전망대가 있다. 이 건물 옥상에 오르면 용두산과 부산항, 감천항이 굽어 보인다. 물고기들의 이동을 표현한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작품도 인상적이다.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 큰 작품이다. 골목을 오르면 ‘북카페-흔적’이라는 작품이 보인다. 하얀 건물에 빨간 손잡이를 달아 놓아 마치 건물이 거대한 컵처럼 보인다. ‘평화의 집-그릇의 방·달의 방’은 마을 탄생의 이야기를 담은 곳이다. 빈집을 개조한 작은 갤러리인데 한국전쟁으로 인해 조성된 마을의 역사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당산나무를 비켜서 내려가면 사하구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들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 ‘문화마당’ 앞에 이른다.
마을 안 골목길은 실핏줄처럼 이어진다. 막힘없이 항상 열린 골목으로 길 잃을 염려가 없다. 더군다나 물고기 모양의 안내판이 벽면마다 붙어있어 가고자 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골목은 계단과도 연결된다. 189계단이 가장 길고, 다음은 ‘별 보러 가는 계단’이라 불리는 148계단이다. 두 계단 모두 감내어울터를 지난다. 감내어울터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옛 목욕탕 건물을 고친 커뮤니티센터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손님을 기다리는 아주머니 조형물이 꾸벅꾸벅 졸고 있고, 실내에는 목욕하는 동네 할아버지 조형물이 ‘청산~’을 읊으며 시름을 달랜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2로 203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
🔍051-204-1444
부산광역시 서남쪽에 자리한 사하구는 빼어난 일몰 명소가 많다. 그중 으뜸은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다대포해변이다. 낙동강의 토사가 퇴적된 덕에 백사장이 넓고 모래가 고운 게 특징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수심이 얕아 해수욕은 물론이고 패들보드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좋다. 특히 하늘과 백사장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꿈의 낙조 분수는 꼭 챙겨봐야 할 장관이다.
이채로운 풍경과 감동적인 일몰을 챙겨볼 곳으로 장림포구도 놓치기 아쉽다. 원래 조용한 포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장림포구 명소화 사업을 통해 알록달록한 건물과 작은 배들이 어우러져 베네치아의 무라노섬을 닮았다고 해서 ‘부네치아’라 불린다. 인생사진을 담기 좋은 때는 태양이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자맥질하는 순간이니 놓치면 아쉽다. 노을은 부네치아 선셋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몰운대1길 14 일원
🔍051-220-4912
부산의 대표적인 철새 서식지로 꼽히는 을숙도는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생태 여행지다. 드넓은 갯벌과 무성한 갈대숲으로 이루어진 을숙도는 철새에게 훌륭한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철새를 관찰하기 좋은 장소로 에코센터, 탐방체험장, 남단탐조대 등이 있다. 철새를 관찰할 때 주의할 것은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동물과 공존하는 법과 배려, 존중의 태도까지 배울 수 있다.
을숙도는 풍경 또한 빼어나다. 을숙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탐방체험장 옥상 전망대는 을숙도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인기다. 탁 트인 갈대밭 풍경과 더불어 철새무리의 군무까지 감상한다면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근처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도 찾아보자. 오는 10월 26일까지 추상미술의 세계적 선구자 힐마 아프 클린트의 기획전을 비롯해 다양한 상설전이 진행 중이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남로 1240
🔍051-209-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