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빛나는 순간

빛의 힘을 손에 넣다
태양광 에너지

글. 한수빈
참고서적. 최재우 <세상을 바꾸는 그린에너지>,
이필렬 <미래 에너지 쫌 아는 10대>

만물이 소생하는 힘이자 지구 생명체의 근본 에너지원이라 해도 무방한 햇빛. 인류는 오래전부터 태양 빛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여러 시도를 거듭했다. 고갈될 염려가 없으면서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공해가 없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태양광 에너지는 어떻게 발견되어 발전해 왔을까?

동경하던 태양을
에너지로 바꾼 인류

고대 문명에서 태양은 동경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신’으로 여겼는데 생명이자 권력이요, 신성의 상징으로 믿었다. 이집트에서는 태양신 ‘라(Ra)’가 파라오의 권위를 상징했고,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에서는 태양이 움직이는 데 인간의 심장이 필요하다 믿어 제물로 바치는 제를 올리기도 했다. 남미의 잉카인들은 태양신이 자신들의 조상이라 믿으며 태양을 향한 신전을 황금으로 장식했다. 수천 년 동안 경외의 대상이자 생명의 상징이었던 태양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최초의 시도는 183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에드몽 베크렐(Edmond Becquerel)에 의해서였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실험 중 전해질에 잠긴 금속 전극에 빛을 비추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인 ‘광기전력 효과(Photovoltaic Effect)’를 발견했다. ‘빛이 물질에 닿아 전자를 방출하고, 전류를 만들어낸다’라는 이 원리는 훗날 태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인 태양전지의 기본 개념이 된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공학자 윌러비 스미스(Willoughby Smith) 역시 비금속 물질인 셀레늄(Se)에서도 광기전력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기반으로 1883년 미국의 발명가 찰스 프리츠(Charles Fritts)가 태양광 전지를 개발했다. 비록 효율은 1% 남짓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시스템과 유사한 최초의 태양전지로,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남겼다.

태양전지 상업화 시대로의 도약

아직은 이론에 불과했던 지식을 확실한 원리를 가진 기술로 견고하게 다진 건 바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었다. 1905년 그는 ‘광전효과’를 설명하며 빛이 입자처럼 작용해 전자를 방출시킨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 이론을 통해 빛이 단순한 파동이 아닌 입자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양자역학 발전에 큰 공로를 세운 것을 인정받아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광전효과는 실제로 태양전지를 비롯해 촬영 장비, 적외선 센서 등 다양한 기술에 응용되고 있다. 그로부터 다시 20여 년이 흐른 1954년, 미국 벨 연구소(Bell Labs)의 연구진들은 마침내 실질적인 기술 도약에 성공한다.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했고, 약 4%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기록한 것. 이후 에너지 효율을 11%까지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태양전지 상업화 시대를 이끌었다. 뉴욕타임스는 ‘인류가 태양으로부터 상업적 전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태양광 개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을 호평했다. 다만 기존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생산 비용이 많이 들었던 터라 효율 측면에서 아직 상용화가 어려웠다. 그런데 의외의 업계에서 태양전지를 주목했으니, 바로 우주산업이었다. 우주에서는 대기층이 없어 태양 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무한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원이었던 것. 이에 1958년 미국의 인공위성 ‘뱅가드 1호’에 태양전지를 탑재해 작동했고, 오랜 시간 건재하다는 것이 알려지며 대부분의 위성은 배터리 대신 태양광을 주 전력원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광전효과
빛이 입자처럼 작용해 전자를 방출시킨다는 개념

실생활에 스며든
태양광 에너지

태양광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는데 전환점을 만든 인물은 엘리엇 버먼(Elliot Berman)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 기술을 연구하던 엔지니어였던 그는 1972년 솔라파워(Sola Power)를 창립하며 상업용 태양전지 시장 개척에 나섰다. 버먼은 고가의 반도체 대신 저렴한 실리콘 재료와 단순화된 제조 공정을 도입했고 1990년대 이후 반도체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태양전지는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닌 도시와 농촌, 공장과 주택, 심지어 가방이나 스마트폰 충전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일상적 에너지원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 태양광 패널 효율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고, 반대로 가격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발전소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부터 일반 가정의 자가발전까지도 태양광 도입이 가능해진 이유다. 여기에 에너지 저장 기술인 ESS(Energy Storage System)의 발전은 낮 동안의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통해 야간에도 안정적인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태양광 기술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에너지 생산량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보완되어야 하며, 수명이 다한 태양광 패널의 폐기 문제도 환경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금, 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 에너지는 이상적인 대안이다. 단순히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 더 나은 삶과 지구를 위한 선택이 된 것이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기술이 인간과 자연을 위해 바꿔야 할 에너지 소비 구조가 되며 태양광 에너지는 다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