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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잘알' 직장인들의 건강관리 비법은?
헬시플레저

글. 강진우

건강관리 하면 인내와 절제를 떠올리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좋은 경험과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직장인들은 취향에 맞는 운동과 맛·저칼로리·영양을 모두 잡은 음식으로 즐거운 건강관리, 즉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실천한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직장인들의 건강관리 비법을 함께 들여다보자.

천편일률적인 운동에서
다채로운 레포츠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관리는 괴로움의 영역에 속했다.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독하게 운동해야 비로소 건강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은 2020년대 들어 빠르게 허물어졌다. 건강관리도 이왕이면 즐겁게 해 보자는 트렌드인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요즘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건강해지려면 적당량의 운동과 적절한 식단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불변의 진리다. 헬시플레저 또한 이러한 공식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전보다 더 즐거움을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뿐이다.

건강관리의 첫걸음으로 여겨지는 운동만 봐도 과거와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에게 종목을 물어보면, 예전에는 높은 확률로 헬스·요가·필라테스라는 답이 돌아왔다. 재미보다는 신체 능력 향상에 방점을 둔 선택이 대세를 이룬 결과였다. 반면 최근에는 똑같은 물음에 한층 다채로운 답변이 들려온다. 테니스, 골프, 등산, 수영, 클라이밍, 러닝 등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재미와 운동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운동을 택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같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온·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며 운동에 대한 관심과 의욕을 꾸준히 유지하는 동시에 타인과의 교류에서 오는 기쁨을 적극 추구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상이다. 이제는 유행을 넘어 레포츠의 한 형태로 굳게 자리 잡은 ‘러닝 크루’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헬시플레저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

식단 관리와 먹는 즐거움의
맛있는 동행

식단 관리의 시작은 곧 먹는 즐거움의 끝을 의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와중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칼로리와 당도가 높은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즐거움을 동반한 죄책감인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느끼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헬시플레저는 이 같은 판도를 뒤집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건강을 추구하면서도 먹는 즐거움 또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먹거리 업계가 식단 관리의 핵심인 칼로리와 당도를 줄이면서도 맛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영양가를 높인 식품을 속속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제로 열풍’이 존재한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사용해 열량을 100ml당 4kcal 이하로 낮춘 제로 칼로리 음료는 당연히 냉장고에 진열돼 있어야 할 선택지가 됐다. 실제로 2018년 1,630억 원에 불과했던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2023년 1조 2,780억 원 규모로 7.8배 커졌다. 소주에 당류를 넣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무알코올 맥주 등의 인기도 꾸준하다.
맛은 살리되 칼로리를 낮추고 영양 균형을 맞춘 식품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밀가루면 대신 두부면을 넣은 제품, 고기 대신 식물성 대체육을 넣고 곤약으로 떡을 대체한 떡볶이, 단백질 함량이 높은 닭가슴살로 만든 만두 등 먹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식단 관리가 가능한 다양한 대체 식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

소소한 즐거움으로 챙기는
정신 건강

헬시플레저를 추구하는 직장인들이 말하는 건강에는 ‘정신’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정신 건강을 신체 건강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풍성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명상, 심리 상담 등 즐거움을 찾기 어려운 일반적인 정신 건강 관리법 대신 자신만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최근 번잡한 일상 공간을 벗어나 한적한 사찰로 향하는 템플스테이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에는 단순한 정신 수양 그 이상의 재미가 곳곳에 깃들어 있다. 탁 트인 자연을 바라보는 즐거움, 스님과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 천연 조미료로 만든 이색적 사찰 채식을 맛보는 재미 등을 만끽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는 참가자들의 수많은 후기가 이를 방증한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 유행도 정신 건강 증진과 무관하지 않다.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인데, 직장인들은 기계식 키보드가 개개인의 성향에 발맞춘 다양한 타건감을 구현할 수 있고 키보드 외형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업무 스트레스 경감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기계식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두드리는 즐거움’까지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진정한 즐거움’과의
건강한 동행

헬시플레저의 일상화, 그 배경에는 MZ세대의 사고 체계가 깔려 있다. 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개개인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상의 모든 측면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히 건강관리도 예외가 아니다. 건강관리에 취향을 담고 이를 통해 경험의 확장을 도모하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따라서 요즘 직장인들은 고난의 여정과도 같은 건강관리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건강관리를 원한다.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도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과거에는 건강관리의 목적이 건강 그 자체였지만, 최근에는 건강한 삶을 통해 누리는 기쁨과 행복에 건강관리의 방점이 찍혀 있다. 그렇기에 건강관리를 하는 과정도 마냥 고통스러워서는 안 된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재미,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스트레스를 풀고 멘털을 바로 세우는 회복적 기쁨이 있어야 요즘 직장인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건강관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건강관리의 모든 순간이 즐거울 수만은 없다. 좋아하는 운동을 더 깊이 즐기려면 몸을 만들고 기술을 익히는 지루함과 괴로움을 참아야 한다. 거의 똑같은 맛을 구현한 대체 식품을 잘 먹다가도 문득 오리지널의 맛이 절절히 그리워지는 순간이 때때로 찾아온다. 이런 고비마다 자신을 이겨 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쁨을 깨닫는다면, 고통도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헬시플레저가 말하는 즐거움이 당장의 쾌락만을 뜻하는 게 아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니 헬시플레저를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실천해 보자. 진정한 의미의 즐거움과 동행하며 점점 건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재미,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스트레스를 풀고 멘털을 바로 세우는
회복적 기쁨이 있어야
요즘 직장인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건강관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