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수빈
참고도서. 낸시 포브스 외 <패러데이와 맥스웰>,
맹성렬 <에디슨·테슬라의 전기혁명>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전기다. 밤새 충전해 둔 스마트폰을 들고 집을 나선 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짧은 시간에도 전기는 조용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일상을 지탱하는 이면에는 쉼 없이 돌아가는 발전기가 있다. 인류는 언제부터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전기 발전의 역사적 여정을 따라가 보자.
18세기 후반까지 인류에게 전기란 그저 정전기나 번개처럼 특이한 자연현상에 불과했다. 루이지 갈바니가 발견한 생체 전기를 시작으로 볼타의 전지 발명이 이어지며 점차 탐구의 대상이 되었지만 전기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바로 전자기 유도 발견을 통해 역사상 최초의 전기 발전 장치를 제작한 마이클 패러데이다. 영국 런던의 가난한 대장장이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3살 때 서점의 견습생이 되어 제본 일을 배웠다. 제본 책 중 과학 서적은 특히 패러데이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를 계기로 전기에 대해 독학하거나 강연을 듣는 등 자연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20대 초반 영국 왕립연구소 험프리 데이비 경의 조수가 되며 본격적으로 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1831년, 전기와 자기 사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실험하던 중 마침내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연철로 만든 둥근 고리의 양쪽에 구리 전선을 감아 한쪽에는 전지를, 다른 한쪽에는 검류계를 연결했다. 여기서 연철 고리는 전류가 흐를 때는 자석이 되었다가 전류가 끊기면 자성을 잃어버리는 전자석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전지와 연결된 회로를 끊자 움직이지 않아야 할 검류계의 바늘이 움직였다. 또 회로를 연결하자 바늘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를 본 패러데이는 전류의 변화가 연철 자기장에 영향을 미쳤고 자기의 변화가 반대쪽 회로의 전류에도 변화를 일으켰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게 바로 이후 모든 발전기와 변압기의 원리가 된 ‘전자기 유도(Electromagnetic Induction)’ 현상이다.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한 마이클 패러데이는 이를 바탕으로 역사상 최초의 발전기라 할 수 있는 ‘패러데이 디스크’를 만들었다. 금속 원판을 자기장 속에서 회전시키면 전자들이 원판을 따라 이동하며 직류 전류가 발생하고, 자기장과 운동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계적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는 장치였다. 다만 효율이 낮고 출력 전압이 약해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미흡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은 패러데이의 개념을 바탕으로 실제 동력 공급이 가능한 발전기로 진화시키기 시작했다. 1866년 독일의 기술자 베르너 폰 지멘스가 천연자석 대신 전자석을 사용한 자기여자 발전기를 발명하며 대형 발전기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의 상용화 시대를 이끈 건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였다. 백열전구를 상용화한 에디슨은 1882년 뉴욕 맨해튼에 ‘펄 스트리트 발전소’를 설립하고 직류 발전기를 사용해 주변 수천 가구에 전기를 공급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소로 전기 상용화의 시초였다. 문제는 직류(DC, Direct Current) 특성상 전압 조절이 어렵고 장거리 송전이 어려워 발전소를 도시마다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니콜라 테슬라는 이러한 직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교류(AC, Alternating Current) 시스템을 개발했다. 교류는 전압을 높였다가 낮출 수 있어 장거리 송전이 가능했고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에디슨은 직류를, 테슬라는 교류를 주장하며 미국 전력 산업의 표준을 두고 ‘전류전쟁’이라 불리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1892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테슬라 팀이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 발전소 건설권을 따내며 교류 시스템이 대규모 전력 공급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여담이지만 두 천재의 대결은 2019년 영화 <커런트 워>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20세기 들어 다양한 자원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기가 개발되었다. 물의 낙차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 발전기,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을 연소해 증기를 만들고 그 압력으로 터빈을 돌리는 화력 발전기, 핵분열 반응으로 생기는 열에너지로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기 등은 각국의 산업과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를 고려해 신재생 에너지 기반 발전기로 발전하는 추세다. 바람의 힘으로 터빈을 회전시켜 탄소 배출이 없고 친환경적인 풍력 발전기가 대표적이며 수소 연료 발전기와 핵융합 실험로(ITER) 등 미래 에너지원을 이용한 고효율 발전기를 현재 연구하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이 모든 발전기의 원리는 결국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원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회전과 자기장’이라는 핵심 개념은 달라지지 않았다.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 여정은 현대문명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 되었고 전기가 멈추지 않는 한 발전기는 앞으로도 거듭 진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