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정식 경영컨설턴트
서로에게 힘이 되는 팀워크란 무엇일까? 단순히 함께하는 것을 넘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아닐까.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나아갈 때, 진정으로 강한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와 솔직한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역할 수행을 넘어, 신뢰와 협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팀플레이는 어떤 모습일지 들어본다.
“팀워크의 정의가 뭡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함께’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온다. 나는 팀워크를 ‘Work As Team’이라고 간명하게 정의한다. ‘팀으로서 일한다’란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As’이다. 승리라는 축구팀의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서 혼자 분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서’ 경기에 임하는 것,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자도생하듯 내부 경쟁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서’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팀워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팀워크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팀워크가 높은 팀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그 방법일 텐데, 이 시대를 대표하는 IT기업인 구글이 2012년부터 3년간 진행한
‘Project Aristotle(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 팀워크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살펴보면 리더의 한마디 지시에 구성원 모두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이
팀워크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팀워크가 뛰어난 팀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대인관계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약한 모습(실패, 멍청한 대답 등)을 보여도 괜찮다고 여기는 감정을 뜻한다. 동료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마음 놓고’ 반박하고,
경우에 따라 동료의 일을 중단시키고 자기 생각을 설득하며, 동료들이 자신을 논리적으로 비판한다면 기꺼이 수용하고, 직원과 리더 모두가 동등한 발언 시간과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 심리적 안전감이다.
왜 그럴까?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의 구성원들은 실패할 경우 그 사실을 동료들에게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동료들은 실패했다는 것 자체에 비난을 가하지 않는다. 이래야 실패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고 왜 실패했는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철저히 연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혁신과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끄는 동력을 얻는다.
전설적인 록 그룹 퀸(Queen)은 심리적 안전감에 기반한 대표적 팀이었다. 리더인 프레디 머큐리는 솔로 앨범을 내기 위해 팀을 이탈했다가 좌절을 경험했다. 그는 1984년 인터뷰에서 자신이
얼마나 멤버들을 그리워하는지 고백한다. 그는 멤버들이 각자 개성이 강해서 그룹을 결성한 첫날부터 싸우기 시작했고, 음악에 있어서는 늘 그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싸움들이 저희를 하나로
만들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잘못을 지적하고 때로는 서로 논쟁을 벌이는 것이 조직이 성장하는 힘의 원천이고 그것이 바로 진짜 팀워크임을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유명한 ‘도요타 생산 방식’은 심리적 안전감의 산물이다. 직원들은 누구나 생산 시스템의 실수나 결함을 끊임없이 지적했고 이를 개선해 가면서 생산 시스템의 완전함을 이루어냄에 따라 이 독특한 생산
방식은 널리 벤치마킹되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덕목인 일본 문화에서도 이런 긍정적 갈등과 논쟁이 성장을 이끌어냈다.
이렇듯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려면 ‘활발한 피드백’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경청이 선행되어야 한다. 노트북이나 휴대폰처럼 대화에 방해될 만한 물건들을 치우고 상대방에게서 배우려는
태도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우버(Uber)는 상호 신뢰와 소속감이 떨어지는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회의 시간에 휴대폰을 절대 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언뜻 우습게 보이는 이 해결책으로 회의
분위기는 서로 경청하고 공동 목표에 협력하는 방향으로 급변했다.
또한, 피드백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냥 “저는 오픈 마인드에요. 뭐든 피드백해 주세요.”라고 말만 하면 안 된다. 피드백 받고 싶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요청하라.
“제가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특별히 어떤 부분에서 의사결정의 문제가 있는지 바로 피드백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결단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한두 가지 정도 말해줄 수 있나요?”라고 말이다.
이 말은 곧 자신의 ‘취약성(vulnerable)’을 솔직하게 드러내라는 의미이다. 취약성이란 약점이나 실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사람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의미한다.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 남에게 빈틈을 보여서는 평가에 불이익이 갈지 모른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상대방의 건설적 비판을 비난으로 오해하는데, 이는 팀워크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방이 언제든 반대를 표하도록 독려하고, 자신의 어려움과 실패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라.
반면, 픽사(Pixar)는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문화로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를 정착시켰다. 브레인트러스트는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제작 중인 영화를 관람하고 감상평을 영화감독에게
솔직하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당신들이 영화에 대해 뭘 알아?’라고 피드백을 거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효과는 대단했다. <토이 스토리>의 초기 버전은 형편없었지만, 직원들의 솔직한
피드백에 힘입어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
헌데 팀워크를 ‘무조건 함께 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협력을 과신해서도 안 된다. 여러 명이 미니버스를 타고 오지를 여행하는데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났다고 해보자. 이렇게 긴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는 팀워크를 어떻게 발휘해야 할까? 이때의 효과적인 팀워크는 ‘모르면 나서지 않는 것. 해당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이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타이어 교체를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내봤자 배놔라 감놔라 식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란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런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면 어쩌지?’라고 줄곧 끌탕을 하려거든 ‘없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평소에는 위에서 말했듯 ‘활발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팀워크에 집중하되 분초를 다투는 문제 해결 상황에서는 그 문제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해결할 줄 아는 이가 리더가 되는 팀워크로 전환해야
한다. 다른 이들은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훈수 두려고 하지 말고 리더가 도와 달라고 할 때만 도와주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질 줄 아는, 시쳇말로 ‘낄끼빠빠’가 위급
시의 유효한 팀워크의 팁이다.
여러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맹목적인 빠릿빠릿함을 요구하다가 한 줌 남은 팀워크조차 무너뜨리곤 한다. 팀워크의 기본을 명심하자. 활발한 피드백이 심리적 안전감을 공고히 하고, 심리적 안전감이 팀워크
강화의 핵심이며, 팀워크가 조직 성장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