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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과 풍요의 계절
한껏 무르익은
가을의 낭만을 따라서

글. 김주희   사진. 한국관광공사

가을은 만물이 결실을 맺는 풍요의 계절이다. 가을 앞에서 자연은 가장 풍성하고 수려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붉게 물든 숲과 황금빛 들판, 부드러운 대지와 청명한 하늘까지 충만한 계절을 드리운다. 만추의 낭만을 더욱 깊고 색다르게 즐기는 여행법을 제안한다.

살랑살랑 찬란히 빛나는 은빛 가을 제주 산굼부리

절정으로 치달은 가을 길목, 은빛 억새 풍경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가을이 되면 제주는 섬 전체가 억새로 물든다. 제주의 억새 명소 중 산굼부리에는 오름과 분화의 독특한 지형과 어우러진 억새 군락이 펼쳐진다.

산굼부리는 세계 유일의 평지 분화구를 품고 있다.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대부분 평탄한 데다 넓은 덕에 초보 등산객도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다. 입구에서 분화구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네 갈래로 나뉜다. 억새 평원을 탐방할 수 있는 ‘억새밭길’을 시작으로 ‘돌길’, ‘하늘계단길’, ‘구상나무숲길’이 자리한다. 분화구를 향해 조성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솜뭉치처럼 뽀얗고 말간 속살을 드러낸 억새밭을 마주하게 된다. 길은 저마다 매력을 품고 있는데, 특히 억새숲 옆으로 돌아가는 돌길은 정겨운 돌과 기이한 암석들이 이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1시간이면 네 코스 모두 탐방 가능하니 은빛 물결을 따라 천천히 가을 산책을 즐겨도 좋다.

정상에 자리한 분화구는 깊이 140m, 넓이 650m로 원형의 둘레는 무려 2km에 달하는데, 한라산 백록담보다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분화구에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노루와 오소리 등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다채로운 식생이 오밀조밀 모인 신비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굼부리의 억새를 사진으로 잘 담고 싶다면 해가 질 무렵인 오후 4~5시에 머무르길. 해가 서쪽으로 저물 때 역광을 받아 더욱 영롱하게 빛나는 억새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768
📞 064-783-9900

가을바람 타고 울긋불긋 단풍 라이딩 정읍 내장산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 선선한 바람결에 몸을 맡긴 채 깊어지는 가을을 만끽해 보자. 단풍나무 사이로 한바탕 땀 흘리며 라이딩 코스를 완주하면 그 끝에 찾아오는 성취감과 쾌감이 더욱 배가 될 것이다.

국립공원 내장산은 만추의 풍경을 옹골차게 품은 곳이다. 단풍이 온 주변을 울긋불긋 물들이며 수려한 풍경을 자아낸다. 내장산 관광테마파크에서 출발하는 라이딩 코스에는 내장사와 백양사 그리고 단풍 로드로 불리는 추령, 크게 굴곡진 낙타등 코스의 장성호수길 등이 자리한다. 처음 출발해 내장산을 향해 달리면 내장저수지가 나타난다. 햇볕을 머금고 반짝이는 물결을 감상하며 호수길을 달릴 수 있다. 길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서면 저수지의 탁 트인 전경이 한눈에 담기는데, 곱게 물든 단풍이 물속에 풍덩 빠진 듯한 내장산 반영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라이딩의 묘미는 오르막과 내리막일 터. 내장저수지를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정읍시와 순창군의 경계에 위치한 고갯마루 추령 구간인데, 해발고도는 320m에 이른다.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를 타고 구불구불 올라간다. 고지점에서는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유려한 산세와 청명한 하늘,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갯길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것. 호젓한 숲의 정취를 품은 장성호도 백미로 손꼽힌다. 단풍나무 사이로 오르락내리락 낙타등을 이룬 수변 길을 내달리는 경험이 가능하다. 차량도 거의 없어 고즈넉한 단풍길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백암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곰재 구간도 또한 놓치지 말 것.

선선한 바람결에 몸을 맡긴 채 깊어지는
가을을 만끽해 보자.

🔍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내장산로 1207(내장산)
📞 063-538-7875

문화유산 답사
사찰 건축의 극치를 만나다,
영주 부석사

유구한 시간을 응축한 문화유산에는 선조들의 숨결과 지혜가 면면히 흐른다. 삶의 지혜와 정교한 기술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유산을 살피는 경험은 완연하게 무르익은 만추와 더없이 잘 어울릴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영주는 가을이 되면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게 변신한다. 영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천년고찰 부석사.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500m 남짓한 은행나무길을 따라 황금빛 향연이 이어진다. 부석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국보와 보물 등 수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점이다.

부석사 전각들은 한국전통건축의 고전이라 불릴 만큼 유의미한 가치와 미학을 품고 있다. 수려한 전각들 중에서도 무량수전은 가장 빼어난 목조건축물로 손꼽힌다. 전각 기둥의 중앙 부분을 볼록하게 완성한 배흘림기둥과 정교한 처마 끝 설계를 통해 직선이 아닌 곡선을 그리는 처마 선을 눈여겨볼 것. 무량수전의 지붕이 마치 활짝 펼친 새의 날개처럼 보이도록 한 건축적 장치들이 감흥의 깊이를 더한다. 어느 답사기처럼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산세와 탁 트인 전망도 감상해 보자. 무량수전 앞 석등은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팔각 석등으로 기둥과 받침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비례미를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경내에는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조사당 벽화를 비롯해 3층 석탑, 석조석가여래좌상, 당간지주 등이 있다. 시대를 초월한 장인정신의 산물과 자연의 비경이 어우러진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은근한 감동이 밀려올 것이다.

🔍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사로 345
📞 054-633-3464